본문 바로가기
생각들....

'하얀거탑'의 끝맺음을 보고..

by 낡은청바지 2007. 3. 12.
나는 드라마를 거의 안 본다.
뻔한 통속적인 불륜드라마가 싫고, 가벼운 연애놀음이 싫고, 불치병이 싫고,
스타라는 상품에 의존하는 것이 싫어서이다.

그러다가 1년에 1~2개씩 완전히 꽂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하얀거탑 이었다.
처음부터 본 것도 아니었다.
어느날 주말, 연개소문을 보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는데 갑자기 와이프가 도중에 채널을 돌리는 것이었다. '아니 사람 보고 있는데 왜 돌려?' 했지만, 그만 바로 빠져버렸다.

김명민의 섬세한 심리를 묘사하는 연기에 빠져버렸고, 각 인물마다 뚜렷한 당위성과 혼란이 흡족했고
누구나 사회속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장준혁을 보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출세주의자이다. 또한 내연의 관계인 여자도 있다. 기존 드라마에서 보면 이는 당연한 악역이고 결국 권선징악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우리 주변에서는 실제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출세주의자가 많으며, 대부분 그들은 성공가도를 달린다. 본인이 장준혁의 입장이라고 생각을 해보면, 그정도 실력과 그정도 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배경과 그정도 야심과 견제가 있다면, 과연 그와 다르게 가만히 앉아 환자만 돌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가?

실제로 현실 속의 의사들을 보라. 성실하게 환자를 돌보며 의학발달에 정진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면에 환자진료보다는 어떻게든 병원의 수익과 개인의 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미디어에 어떻게든 이름 석자 나오게 할려고 애쓰는 의사들도 매우 많다.
그런 그들이 반드시 악역일까? 드라마속 장준혁처럼 가슴 한구석에는 자신의 자식들을 위하고, 늙으신 노부모를 봉양히기 위함일 수도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는 안식처가 있으며, 그것은 절대선이기 때문에, 사람은 선과 악 어느 한쪽으로 규정지어질 수 없는 것이다.
장준혁은 기존 드라마의 입장에서 보면, 절대악으로 규정되어 질수 있지만, 현실속에서는 부러움과 시기와 질투, 선망의 대상이며, 또한 최도영과 어머님의 존재로 인해 선으로도 볼 수 있다.
장준혁의 부인은 종합병원 외과 과장 사모님으로서, 모든 여자들로부터 결혼 잘했다는 소리 들으며, 동창회에 나가서는 한껏 어깨에 힘을 주며 자랑을 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최종회에서 장준혁의 그러한 심리묘사는 극에 달하며 마무리를 지었다.
혼수상태속에서 접한 그 내면의 의학에 대한 열정과 의사로서의 자부심
또한 죽음을 앞두면 모두 선해진다고 했던가.....
그러한 열정으로 상고이유서를 작성하고 그가 몸담았던 의학발전을 위해 실제로 그가 마음속 깊이 존경했던 오경환 선생에게 시신을 기증한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그리워하며 선의 안식처로 남겨놓았던 어머님께는 끝내 알리지 않고 영면에 빠진다.

정말 보기드문 수작이었으며,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히 원작대로 주인공을 마무리 지은 제작진의 결정 또한 멋지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깊이 남았던 장면은
시골 어머님댁 앞마당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어머니와 통화를 하던 장면과
어제 혼수상태속에서 지나간 회상을 하며 보여줬던 그 의학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
그리고 매우 드라마와 잘 녹아들었던 OST..............

반응형